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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 김수현,박기웅,이현우 주연

 

 

장철수 감독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꽃미남 간첩에 관한 세대별 판타지 이해

 

 

 

 

 

 

 

출처: 네이버 영화정보

 

 

 

장철수 감독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첫날 49만 8천여 명을 불러 모으며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다. 400만을 돌파하는데 불과 8일 밖에는 소요되지 않는 예상치

못한 흥행에 성공했다. 언론이 보도하는 흥행의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미 100만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웹툰의 인기를 반영하듯 원작만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보고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웹툰<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中

 

 

 

 

 

둘째,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라는 꽃미남들을 남파 간첩으로 전격 기용한 것이 적중했다는 점이다.

특히 김수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둑들>을 통해

십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꽃미남 배우의 대표격이다.

영화관마다 여중고생들로 넘쳐날 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필요한 초등학생들이

부모님의 손을 이끌고 영화를 관람하려는 기이한 모습을 보인 것 또한 김수현과 꽃미남 배우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 특수훈련을 받고 남한으로 침투한 원류환(김수현)이 맡은 임무는 다름 아닌

달동네 바보역할이다. 원류환에 이어 남파된 특수부대요원 리해랑(박기웅)에게 부가된 임무는

록커가 되어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이다. 이들을 감시하러 내려온 후배 간첩 리해진(이현우)과의 조우와

에피소드는 만화적 상상력을 담아 재미를 제공한다.

관객은 원류환이 인간병기로 훈련받은 무시무시한 특수요원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작 스크린 속에서 연기하는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는 사실에서 오는 심리적 쾌감과 긴장감은 관객의 몰입을 가속하는 핵심 요소다. 

 

영화의 전반부가 바보 간첩에 맞춰져 있다면, 후반부는 남북정세의 변화 때문에

자결을 명령받은 주인공들이 그들의 지휘관과 맞붙어 싸우는 액션이 주를 이룬다.

항상 액션을 다룰 때 유의할 점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 '개연성'이다.

'연어가 회귀하면 죽는다'는 비유를 통해 남파간첩의 비극적 죽음을 예고하는 설정은 그럴듯 해 보이지만,

특수부대의 설립자가 자신의 사조직을 은폐하려는 속셈으로 자신의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아니면 이것이야말로 북한식 판타지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북한'의 영화적 의미는?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민족의 아픔이란 뜻밖에도 영화제작자들에게는 창작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영화가 갖는 특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기반을 둔 갈등을 다룬다는 점이다.

남북의 대치 국면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80년 중반까지 북한 관련 영화는 예외없이 반공 사상에 기반을 둔 드라마나 역사물이 주를 이루었다.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시작한 199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6.25와 북한을 바라본

<남부군>(1989) <태백산맥>(1994)등의 영화가 제작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에는 남과 북의 갈등과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가 배경의 역할만 할 뿐 드라마나 액션 등

다양한 장르로 변신을 거듭하게 된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9)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흥행은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오락화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을 다룬 영화의 획기적인 발상은 박광현 감독의 <웰 컴 투 동막골>(2005)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른다.

이 영화는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이후 강원도 깊은 산 속 어딘가를 배경으로 패퇴한 3명의 인민군과 탈영한

2명의 국군, 그리고 추락한 연합군의 조종사가 외진 마을 동막골에 들어오면서 겪게 되는 반목과 화해

그리고 합력하는 모습을 그린 판타지 영화이다. 북한을 담아내는 영화에 판타지라는 형식을 도입한 것은

사상으로 인한 갈등이 대중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음을 드러내는 일이다.

판타지는 단지 역사적이거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무한대의 상상력을

쏟아내는 일인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판타지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인터넷만화인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전까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영화를 말이다.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역사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며 가장 당황스러운 일은 영화에 대한 세대 간의 반응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10대들은 북에서 내려 온 간첩이 한국사회에 끼치는 의미에는 별 관심이 없고

다만 꽃미남 간첩의 외모에 마음을 주고 있을 뿐이다. 즉, 판타지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그에 비해서 기성세대들은 간첩들이 무슨 짓을 못하겠느냐는 식으로 이 영화를 사실적으로 받아들인다.

동네 우체부도 간첩이 아닌지 다시 봐야겠다는 식이다.

이것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세대 간의 소통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조사 결과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으로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시사평론가인 진중권은 청소년들이 '북침'을 '북한의 침략'으로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세대 간의 소통문제를 지적했다.

분명한 사실은 간첩이 꽃미남으로 나오는 영화적 판타지를 비난하거나 이를 즐기는 신세대를

이상하게 바라보기보다는, 간첩이 나오게 된 분단의 역사를 바로 가르칠 때

세대 간의 소통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하나님이 간섭하셨던

그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도와야 한다.

성경에서 '전도서' 기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전도서 1장 11절 말씀)

 

 

 

 

 

"출처"
갓피플 7월호 영화산책- 영화평론가 강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