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레셔스
'모든 것은 우주로부터 온 선물이다'란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영화 '프레셔스'를 보고나면 모두가 우주로부터 온 선물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이보다 더 비참한 삶이 또 있을까.
1987년 뉴욕 할렘.
그곳에 부모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 받으며 사는 흑인소녀 프레셔스가 있다.
그녀의 나이 겨우 열여섯.
주인공인 프레셔스는 초등학교 때 다운증후군에 걸린 딸을 낳았고, 중학생인 현재도 임신 중이다.
두 아이들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프레셔스를 성폭행한 그녀의 친아버지이다.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까지 했지만 무정한 엄마는 오히려 남편을 빼앗아갔다며
딸을 지독히 학대한다. "너 따위는 낳지 말았어야 했어.","멍청한 년."
이렇듯 잔인한 말들을 쏟아내며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참혹할 정도의 욕설과 폭행은 프레셔스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 임신으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프레셔스는 대안학교에 가게 된다.
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며 보조금만으로 빈곤한 생활을 연명하는 이 지독히도 불행한 소녀는
지옥 같은 현실을 그저 묵묵히 견디고 있다. 적어도 태어났을 때만큼은 부모에게 귀중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애처롭게 말해주는 그녀의 이름 '프레셔스'. 하지만 오히려 그 이름 때문에 그녀의 처지가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 지쳐 자신을 돌볼 한줌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프레셔스.
그래도 마음만은 또래의 열여섯 평범한 소녀들과 다를 바 없다. 그녀는 꿈을 꾼다.
날씬하고 머릿결 좋은 남자친구가 생기길 원하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영화배우나 화려한 조명 아래의 가수,
혹은 잡지 커버를 장식하는 모델이 되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영화는 프레셔스의 몽상을 아름답게 구현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악몽으로부터 소녀를 위로한다.
부모와 세상으로부터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당하며 고통 받을 때마다 프레셔스는 유명인사가 되어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상상을 하며
잠시나마 참담한 현실로부터 자신을 도피시킨다. 영화 프레셔스는 보는 내내 속이 뒤틀릴 정도의 힘든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적어도 이 장면만큼은 눈물과 웃음을 선사하며 고통 속에서 희망을 품게 한다.
이 영화가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안학교에 간 프레셔스가 레인 선생님을 만나면서 이 영화도 변화가 찾아오고 희망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
레인 선생님은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 프레셔스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레인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프레셔스는 난생 처음 인간적인 대접을 받게 되고, 자신도 남들과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며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끔찍한 현실의 늪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한 발을 내딛는다.
"세상은 나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요."
"나를 때렸고, 강간했고, 나를 동물 다루듯 했고, 쓸모 없게 느끼게 했고, 넌덜머리나게 했어요" 라고 말하는
프레셔스에게 레인 선생님은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 네 아기가 너를 사랑해. 내가 너를 사랑해."라며 상처를 안아주고 위로한다.
그리고 닫혀버린 그녀의 마음을 열어 비로소 프레셔스가 문제를 바로 보게 해주고,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거쳐 온전한 인생을 바꿔주기 시작한다.
영화 프레셔스는 저항할 수 없는 한 소녀에게 닥친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무차별한 학대와 폭력이 한 인간을 얼마나 거침없이 파괴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안학교 레인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사회복지센터 상담사 와이스와의 진심어린 상담을 거치면서 소녀의 운명은
서서히 변화되고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 끝부분에 AIDS에 감염돼 결국 암에 걸리고마는 프레셔스를 바라볼 때는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고 공허한 상실감이 몰려온다.
요 13:34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15:12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라
지금도 세상 속 어딘가에는 빈곤과 학대 속에 절망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왜 이처럼 세상이 일그러져 있을까? 왜 한 개인과 가정이 이토록 처참히 부서진 걸까? 우리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해 본다.
크리스천인 우리들조차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산다.
뿌리 깊은 영적부재가 우리를 불안과 공포, 두려움으로 내몰고 그로 인해 불행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불안한 사회다. 메마름이 사막 같은 사회에서 우리는 마음 둘 곳과 사랑을 잃어버린 채 흔들리고 있다.
그 마음에 영원한 생명을 담을 때에만 진정한 치유가 있고 또 사람과 세상이 변화될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질돼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다. 우리가 죽어라 노력해도 결코 이룰 수 없고 가까이 갈 순 없지만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온전히
'하나님의 사랑'을 향하고, 또 다가가고자 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영화 프레셔스느는 절대적인 사랑이 필요한 세상에서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음을 증명한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당연한 진실을 알려주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에서 우리의 소망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참 좋은 영화다.
출처: 오륜교회 그레이스 저널
글: 황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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