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피플

무형문화재 89호 침선장, 구혜자 권사, 대통령의 한복을 짓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 15:30

 

 

 

 

 

 

 

 

침선장이란 무엇인가요?


침선이란 바늘과 실이라는 뜻으로, 우리 고유의 바느질 기법(약 20가지)으로 옷을 짓는 장인을 말하는 거지요.

연극, 음악, 무용, 공예 기술 등 그 중요성을 인정하여 국가에서 지정한 중요 무형 인간문화재는 120여 명 정도 되구요,
그중 공예기술은 48부문 66명 정도입니다. 저는 예순 다섯이던 2007년도에 제 89호 침선장이 되었습니다.

 

바느질은 언제부터 하시게 되었는지요?


저의 시어머님은 독립운동가이자 한학자이신 위당 정인보 선생님의 따님이세요.

어머님은 업으로 하지는 않으셨지만, 사대부가의 옷을 지으시는 분이셨지요.

제가 1970년도에 결혼했고 큰며느리였으니 자연스럽게 한복 짓는 일을 접하게 되었죠.
한복이 사라지는 시대에 가치를 인정받아 1988년에 어머님(정정완, 1세대 침선장 보유자)께서 인간문화재가 되셨
고, 그 후로 저도 전수자로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바느질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결코 아니고 기능을 습득해야하는 것이기에 어렵고 또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처음 바느질을 시작할 때는 어머님 마음에 들지 않아 꾸지람도 들었지요.(웃음)

가위질이 서툴러 옷감을 버리게 되었을 때는 혼도 많이 났어요.

그때는 그 정도 가지고 뭘 이리 나무라시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어머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죠. 옷감이 귀한 시절이기도 해서 그러셨겠지만, 신중하지 못함에 대한 꾸지람이셨던 거지요.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을 지으셨네요?


2월 대통령 취임식 때 국민대표 8명 중 한 명으로 초대받아 가까이에서 뵙기는 했지만 박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어요. 대통령 취임식 때 입은 한복을 만든 김영석씨가 5년 정도 저의 제자로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그렇게 연결이 된 것 같아요.

 

그 한복은 어떤 컨셉으로 지으신 건가요?

만찬 때 입은 노란색은 궁중예복 중 왕이 입는 옷 색깔이지요. 노란색은 오방색(5가지 전통색)의 중심에 있어 공식석상에서 지도자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색입니다. 고종황제가 황룡포를 입었듯, 노란색 한복으로 대통령을 빛내드리고 싶었어요. 녹색 옷고름과 자수 은박 등 화려한 장식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한복의 미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복은 선과 색이 다 아름답지요. 기능보유자로서 한복의 고유한 미를 살리고 그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답니다.고름이나 끝동 등 장식적인 것은 변형할 수 있지만, 품격 있는 한복은 본래의 선을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색상은 옛날에는 나이 드신 분들은 남치마에 옥색저고리.회색 치마에 흰 저고리, 젊은 사람은 다홍치마에 노란 저고리, 자주색 치마에 미색 저고리 등 음양오행설에 따라 일정한 격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지요.


 

 

 

 


 

 

 

 

 

올해 연세가 71세인데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시니, 참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참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저는 참으로 연약한 자인데 주님께서 힘 주시고 용기 주시고 도움 주셔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내 힘으로 된 게 없다는 걸 알기에 항상 기도하게 되지요.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해오셨나요?


저는 모태신앙입니다.

친정아버지께서 부산 초량교회에서 시무하시다 교회를 개척해서 나오셨지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죄에 대한 민감함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땐 그게 구속이라 느껴졌지만 나이 들어 생각하니 말씀과 믿음이 없었으면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았을까 싶습니다.

 삶의 밑거름이 되었죠. 오래 섬기던 교회를 떠나 오륜교회는 2008년도에 등록하였습니다.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시나요?

 


아들(45세, 이충돈)과 딸(42세, 이진아)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딸 진아는 Smith College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답니다.

남편(이맹표)은 2005년도에 75세로 하늘나라에 갔지요.

저는 기독교 신앙이었지만 시댁은 유교 집안이었죠.

남편은 본인은 교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저와 아이들이 교회 가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어요.

지병인 당뇨로 10여 년을 고생했고 마지막 2년은 병원 생활을 했는데 목사님께서 한 달에 한 번 방문하셔서 기도와 말씀으로 힘을 주셨지요.

그때 세례도 받았는데 남편을 생각할 때 구원받아 주님 곁에 있으리라 믿고 있답니다.
남편의 긴 투병생활은 저에게는 고통과 연단의 시간이었지요. 그의 고통, 그의 외로움…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에

더욱 주님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을 위한 기도 중에 ‘기다리라’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기다림! 그 응답의 끝이 회복인지 죽음인지 알 수 없었으나, 다 내려놓고 주님 뜻에 순종하며 평안함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아 백일옷 

남아 백일옷 

 

 

 

 

                                                                                                                                         

 

 

지금 자녀들도 곁에 없는데 외롭다 느끼시지는 않으세요?


인간은 누가 옆에 있건 없건, 외로운 존재들 아닙니까?(웃음)

사실 바쁘게 활동하다보니 그런 감정을 느낄 틈이 없답니다.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고 극동방송 듣고, 하루 종일 무언가에 집중하고 잠자기 전 신앙서적도 읽고요.

김은호 목사님께서 아침에 눈을 뜨면 베드로처럼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마 16:16)”라고
고백하신다 하신 것처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거룩한 습관이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 같습니다.

 

기도 제목은 무엇인요?


2007년도에 기능 보유자 지정을 받았어요. 상황이 참으로 어려웠죠. 경쟁자들도 많았고, 시어머니께서 사경을 헤매실 때였죠.

내 힘으로 어찌해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허락하시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도우심으로 지정 받았을 때의 기쁨은 참으로 컸습니다. 행복했고 주신 축복에 감사했습니다.

이 축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도록 건강주시기를 기도하고 일 관계에서 답보 상태가 아니고 발전하길 기도합니다.

순탄하게 돌아가는 평안한 일상에 감사하며, 주신 달란트로 열심히 달려갈 것입니다.

 

권사님께 힘이 되는 말씀은요?


고린도전서 15장 10절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나의 나 됨은 주님의 은혜’라는 깨달음 속에 항상 감사합니다.
시편 19편 14절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는 끊임없는 저의 기도이지요.
그리고 요한복음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부활의 생명을 지닌자로 이 땅에서 힘있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긴 세월, 한 땀 한 땀… 정성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구어낸 침선장 기능 보유자!
정확한 습득과 오랜 연마를 통한 꾸준함이 아름답고 좋은 우리옷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권사님을 통해

우리의 한복이 더욱 아름답고 멋있는 옷으로 맥을 잇고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애쓰는 모습, 연약하고 단아한 느낌의 겉모습에 숨겨진 강인함…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의지하여 40여 년 한복과 동행한 그녀의 삶이 진한 향기로, 아름다움으로 전해진다.

 

 

 

 

 

출처: 오륜교회 그레이스 저널 70호